파리에 두고 온 가방 (feat. 무소유), 탑덱 일정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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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6. 14. 토요일 

비온다고 했는데 흐렸다 맑아짐

아침 일찍 일어나 부산하게 짐을 챙겼다.
짐이 참 많다.

9:30 집을 나선다.
1층 침대를 썼던 동생도 오늘 체크아웃이다.
그 동생은 오페라역에서 내리고

탑덱 파리 미팅장소인 B&B Hotel을 향해
나는 파리 북쪽으로 올라간다.

Aubervilliers - Pantin - Quatre Chemins 역에서 내렸다.
내리자마자 엘레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보이지 않았다.
낑낑대며 있으니 짐을 같이 들어주겠다고 한다.
북쪽은 위험하다고 해서 그냥 경계심에 괜찮다고 했다.


다시 낑낑대며 짐과 함께 나도 지하철을 올라왔다.
저기 B&B호텔이 보인다.


파리에 두고 온 가방(feat. 무소유)

나의 멘탈이 붕괴되는 순간이 시작되었다.
지하철에서 찍은 캐리어 사진이 마지막일 줄은 몰랐지.

잠깐 여기서. 
저 캐리어의 역사로 말하자면
유럽여행에 등산패션은 안된다며
탑덱 여행에 오는 친구들이 옷을 참 잘입는다길래
원피스란 원피스, 예쁜 옷은 다 챙겼는데. 
(심지어 내가 아끼는 구제 원피스도... 하...!)
아마 30일 여행이였으면 20일치 입을 옷은 다 들어있었고
약, 휴지, 책, 라면, 김, 썬크림, 마스크팩 등등 30kg에 육박하는 짐이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널목 앞에서 한숨돌리고
호텔 사진을 찍는 저 위치쯤이였을꺼다.
호텔을 보자마자 내 마음도 놓였겠지.

길을 건너려고 하는 순간
어?
음?
?

캐리어가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매치기 아니고 가방치기)

오마이갓

지금은 웃음밖에 안나오지만
그때는 눈물이 나오더니
내가 막 뛰어다니니까 사람들이 왜 그러냐 한다.
짐이 없어졌다고 했다.

지하철로 갔댄다.
없다. (당연히 없겠지.)

다시 올라갔다. 없다.
젠장.

약국앞에 CCTV가 있다.
뜬금없지만 코난, CSI 이럴때 도움이 된다.
(일기장에 이렇게 적혀있다. 뜬금없다.)

저거다 싶었다.
침착하게 도움을 청하고 싶었으나
말도 안나오고 울먹거리게 되더라.

"흑흑 내 가방을 잃어버렸어요."
직원들이 영어를 잘 모른다.
나는 프랑스어를 모른다.

영어 잘하는 언니가 나를 침착시키고 물도 준다.
땡큐. 땡큐. merci. merci.

CCTV를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경찰을 불러달라고 했다.

나를 침착시키기 위해 어디서 왔니 괜찮니 물어본다.
고맙다 진짜.

경찰 아저씨들이 왔다. 영어 잘하는 언니가 설명해준다.
하지만 의사소통이 안된다. 오마이갓.

경찰 아저씨와 직원들이 CCTV를 확인한 것 같은데
나에게는 자세히 안 알려준다.

한국대사관 전화 저장해놓은것도 안걸린다. 오마이갓.
우선 경찰이
"호텔로 데려다줄께. 나에게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한국사람과 같이 와"
라고 한다. → 나중에 알고보니 경찰이 오겠다는 얘기였다.

민박집 사장님 전화도 안받고 ㅜㅜㅜ
일단 호텔로 이동했다.

호텔 와이파이를 연결했다.
유랑에 올려볼까? 글을 적은 것이 없어 새내기회원이라
인사말을 적어야 한단다.

후... 눈팅만 하는게 아니였어.

다시 마음을 다져본다.
메고 있던 백팩에는 그나마 Just Go 책 미니가이드북이 있었다.

하 살았다.
프랑스대사관 긴급번호가 있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휴무일로 전화한다.

받는다!!!!
후 진정하고.
"저는 ABC이구요. 캐리어 가방 분실했구요.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혹시 프랑스어가 가능한 한국인을 찾는데 통화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해주신단다.
오케이.
그러면 경찰서로 가야겠다.

짐을 버리고 길을 묻다.


호텔 직원분에게
"정말로 죄송합니다. 경찰서가 어디에 있나요?
나는 혼자예요. 나는 경찰서로 가야겠어요. 그리고 호텔로 돌아올께요."
라고 종이에 적어 보여줬다.

직원분이 경찰서로 연락해서 물어봐준다.
merci, merci.

Hoche역이란다.
간다. 가방은 못 찾아도 나쁜놈 혼내줘야지 하며.
사실 Hoche역도 북쪽이라 지하철 사람들도 무섭다.

(호텔에서 종이에 경찰에게 할 말을 적어놨었다.)
내가 울먹이며 종이에 적어놓은걸 보고 있으니
지하철 앞에 서 있던 남자가 도와주겠다고 한다.
"괜찮아요. 나 경찰한테 간다." 이랬다.
"메일을 알려주면서 무슨일 있으면 메일 보내라"고 한다.
"알겠어요. 고마워."
(지금 와서 생각하면 참 고마운 사람인데
놀란 상태고 경계심이 있었던 것 같다.)

Hoche역에 도착했다.
지하철 올라와서 다시 긴장상태.
약국에 가서 물어본다.
핸드폰 지도로 친절히 알려주신다. 고마워요.

경찰서로 가는 길에 카페에 한번더 물었다.
고마워요.

찾았다. 저기다.
앞에서 어떻게 들어가는 지 몰라서 헤매고 있으니
아주머니께서 문여는법도 알려주셨다.

경찰이 잠깐 기다리란다.
대사관 선생님이랑 통화한다.
울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경찰아저씨가 많이 달래준다.

대사관 선생님한테 전달받은 내용인데
경찰아저씨가 이렇게 당부했다고 한다.

"파리에 좋지 않은 인상을 가져 가지 마라.
그리고 북쪽역은 대단히 위험한 곳이다.
파리사람들도 무서워 하는 곳이다." 라고

그런 곳에 동양인 여자가 덩그러니 혼자 있었으니...

그런 다음 대사관 선생님이랑 통화한 후 관련사항을 물어본다.
어떻게 잃어버렸는지?
중요한게 들었는지?
어떤 것들이 들었는지?
Police Report를 작성해주셨다.




고맙다고 네이버회화어플을 켜서
평생 이 분들에게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종이에 써서 보여드렸다.



사진찍고 경찰분들이 Hotel까지 데려다 주셨다.
돌아오는 길이 든든했다. 
다시 보니 짱짱 멋있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일도 있었구나.
살아있는게 감사하고
도와주신 약국 직원분들 경찰분들 호텔직원분들 너무 감사하다.
대사관 선생님! 도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름도 알려주셨는데 정신이 없어 메모해놓지 못했어요. ㅜㅜ

Just go 미니가이드북 만들어주신분.
네이버회화어플 만들어주신분.
감사합니다.


3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내 짐이 없어져버렸다.

그 많은 짐을 내가 27일이나 들고 다녀야 하니까
또 한편으로 그 많은 짐을 덜어준 그 놈(?)에게 고맙다고 전해주고 싶다.
(경찰서에서 범인 CCTV 찍힌거 보여줬는데 한손으로 들고 가던데
진짜 무거웠을텐데 우째 들고 갔을까? 지금 생각하면 웃김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필요한 것들은 남아있었다.
여권, 지갑, 핸드폰, 신발, 속옷, 수건, 화장품, 샤워용품, 옷 한벌, 일기장, 펜, 미니가이드북

진작 이것만 가지고 올껄.
빼버리니 이렇게 간단한걸.

다친 곳 없이 무사해서 다행이였던 특별한 하루였다고나 할까.

15:00 호텔로 돌아오니 벌써 3시다.
5시에 탑덱 조인 시간이라 호텔에서 기다린다.
그 시간동안 마음을 가다듬고 일기를 적다가
손이 떨려 잘 안적힌다. 그냥 쉬고 있었다.

시간이 흘렀다.
애들이 들어온다.



와 진짜 커다란 캐리어,
사진으로만 봤던 큰 배낭여행 가방이 보인다.

다들 예쁘고 멋있다.
탑덱리더 G가 방번호를 알려주었고
일정표는 엘레베이터 앞에 붙여졌다.



Topdeck 첫날. 동양인 한명. 나야나.


드디어 탑덱 일정이 시작되었다!
6시까지 모여서 밥먹고 7시에 야경 드라이브투어를 한다.

G가 나를 불렀다. 체크인할 때 내 짐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로비로 가니 경찰서에 가잖다.
(음 나 다 해결했는데?)

어쨌든 아까 그 경찰분들이 다시 왔고
다시 경찰서로 갔다. 이번에 2층으로 갔고 여자분들이 다시 물어본다.
또 그렇게 1시간정도 질문하고 답변하고
알고보니 보험사에 제출할 서류를 G가 알아서 챙겨주었다.
탑덱 고마워요 ㅠㅠ
(참고로, 탑덱 신청할때 여행자 보험도 같이 신청한다.
유럽여행 준비하시는 분들 보험 꼭 드시고
혹시나 도난이 발생하면, 경찰서에서 Police Report 꼭 발급 받으세요!)


탑덱 친구들은 나 때문에 1시간 반을 기다렸다.
민폐 ㅠㅠ 미안하다고 하니 오히려 괜찮냐고 물어봐준다.
감동감동. 어찌나 고맙던지.ㅜㅜ

호텔 근처 식당으로 간다.
저녁은 제공 되고, 음료는 별도로 주문한다.

저녁을 먹으면서 이름을 물어보고 어디서 왔는지 물어본다.
(한달 정도 같이할 친구들이기에 이름을 적어달라고 했다.)
어라. 동양인은 나혼자다.

달팽이요리, 스프, 닭고기가 나온다.
처음 먹어본 맛이라 맛있는지 맛없는지는 모르지만 맛있게 잘 먹었다.
(난 가리는 것 없이 그냥 잘 먹는 사람이다.)







밥을 먹은 후 다들 인사하는데
캐나다에서 온 Drew라는 친구가 한국을 안다.
8월에 전라남도에 영어 선생님으로 온단다.
(한국와서 만나보지 못해서 아쉽지만 지금은 중국으로 갔다고 한다.)


21:00 그렇게 밥을 먹고 Coach(탑덱 버스)에 오른다.
드라이브가 시작됐다.
야경이 너무 예쁘다.
몽마르뜨 → 오페라 → 에펠탑까지 드라이브한다.











에펠탑앞에서 각자 5분정도 시간을 주고 사진을 찍는다.
너무너무 예쁘다.




 




내일 저녁식사가 시작되는 곳을 알려주고
세느강을 따라 다시 호텔로 돌아간다.

오늘 낮에 무슨일이 있었는지 잃어버리게 해준 야경.

파리야 고맙다.
너무 멋졌어.
(아 이런, 감성적인 멘트가 일기장에 적혀있네 ㅋㅋ)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4년이 지난 지금,
내일은 옷 부터 사러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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